저녁 빛 흩어지는 산 가을
풀숲 마을에 해가 집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일
그만큼 기쁜 일이 어디 있을까
달뜬 걸음 재촉하며 뛰어가는데
앞서던 바람 한 점 감 잎이 됩니다
시오리버스정류장
담배가게 불이 켜지고
함께 기다리던 사람들
가슴 깊이 손잡고 돌아가는데
혼자 남아 기다리면
젖은 별들만 찾아옵니다
따스한 가슴 실린
버스는 오지 않고
산굽이 돌아 내려오는 빛
기다리던 불빛인가 다가서면
이삿짐 용달트럭에 별빛이 실려
산 아랫마을로 살러 가는데
가게에 불이 꺼지고
돌아가는 길 위에 달이 집니다
사람이 사람을 기다리는 일
그만큼 힘든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지친 마음 뒤로 하고 돌아서는데
감 잎 하나 떨어져 젖은 바람 됩니다
김 오 (시인·캥거루문학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