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막

흔적조차 없다. 무성한 풀로 뒤덮여 울타리도 사라졌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얼굴을 훑고 스쳐간다. 어렸을 적 볼 빨간 아이가 헉헉거리며 오르던 그 길은 어디로 갔을까. 코 흘리는...

코로나19

크고 작은 변화가 앞으로도 더 있을 것, 하지만 일상은 계속돼야모든 것이 한 순간에 달라져 버렸다. 솔직히, 아직도 이 변화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든...

친정어머니

큰 며느리가 고대했던 딸을 낳았다.며느리가 좋아하는 음식을 이것저것 만들다 보니 아련히 옛 생각이 났다.그렇다, 친정어머니!어머니는 그때 60대 초반이었지만 세 번씩이나 혈압으로 쓰러져서 왼쪽 팔과...

호빵과 단호박

식탁 위에 호빵 세 개와 단호박 죽이 달랑 올라온 게 눈에 보였다.순간, 귀찮아서 대충 준비됐다는 생각에 화가 올라왔다.“이게 뭐야?” 아내에게 퉁명스럽게 질렀다.“뭐긴 뭐야, 아침이지!”“당신,...

쿠지비치 (Coogee Beach)에서

이곳이 작은 천국이 아닐까. 아침에 눈을 뜨니 드넓은 수평선 사이로 아침 해가 고요히 차오르고 있다. 침대 머리맡에 누워 눈 속 한 가득 들어오는 바다를...

릴리필드, 목련

겨울 대치하는 전령사들서로 선발대 뛰겠다 아우성치니솟아나는 열기매의 눈으로 봄을 납치한다 한겨울 릴리필드 뜨락 목련햇살이 통통 튕겨 연주하는 봄 1악장에잎사귀 나기 전 서둘러하얀 꽃망울들 떠뜨린다 아직 늦겨울푸른...

익어가는 시간들

손자가 체스를 좋아하여 방학이 되면 여러 시합에 참여한다. 이번 겨울방학은 캔버라에서 시합이 있다고 해서 딸과 같이 동행했다. 딸은 손자와 같이하고, 우리 부부는 산책과 일일관광을...

What a Small World

저녁 늦게 모습을 드러낸 차 주인은… 내가 다니는 영어학교 선생님이었다호주에 와서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할 때였다. 영어수업이 끝나자마자 오후 세 시에 아이들 픽업을 해야...

시드니 시티 퀸 빅토리아 빌딩 산책길

벽은 사방에 있다. 내 밖에 내 안에 그리고 벽 안에 또 벽들…  나는 무수한 말로 무수한 벽을 또 쌓고 있다. 벽들은 서로 잇닿아 담장을...

칼집

아내가 시장에서 사 온둥근 호박에 칼집을 내달라고 한다작게 칼집만 내주면 혼자 자를 수 있다고 한다호박은 쉬이 칼을 허락하지 않았지만칼집이 나자 이내 갈라지고숭덩숭덩 썰려 나갔다 칼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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