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개조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배움의 연속이었던 나날들

아들이 집을 샀다. 호주 집값 상승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집 장만을 포기하고 렌트로 살아가고 있다는 미디어소식은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니었다. 이런 시기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아들의 결정이 기특하고 다행한 일이었다. 적어도 집 하나는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부모님의 가르침을 나도 은연중 자식들에게 전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01_집 개조 과정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모습과 닮아

아들이 구입한 집을 보수하는 작업은 세상이 한창 코로나19로 시끌벅적할 때에 맞춰 시작되었다. 코로나19 사태에 지나치게 예민할 수도 있었던 나의 관심을 세상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관적인 뉴스 대신에 집을 수선해나가는데 집중할 수 있게 해준 절호의 타이밍이었던 셈이다.

적어도 반세기 전에 지어진 집을 개조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동안 돌보아지지 않았던 집 안팎은 처량하게까지 보였다. 집안에서 담배를 피웠는지 천정과 벽은 누렇게 퇴색되어 있고 자폐아가 지냈던 흔적으로 보이는 벽 낙서들과 발길질에 구멍 난 문이 보인다.

거친 인생을 살아내야 했던 이들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만 같아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도망치듯 이곳을 벗어나려 했던 전 주인이 떨쳐내 버린 이 집을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시켜야 할 의무감으로 우리의 일은 시작되었다.

인간으로 비유하자면 중년이 지난 이 집을 모던하게 현대에 어울리는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은 많은 인내와 용기 있는 행동들이 필요했다. 끊임없이 고쳐도 한없이 고쳐져야 할 곳들이 드러나곤 했는데 마치 중년이 된 이에게 젊은이의 화사함과 신선함을 원하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연민이 밀려오기도 했다.

집 개조를 해나가는 일련의 과정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모습을 닮아 있었다. 완벽할 수 없는 시간들을 끊임없이 부여잡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 무언가를 매일 이루어가면서도 때로는 아쉬움과 미련이 남아있는 순간과 결정들….

 

02_이런 일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반년 동안 입에 달고 살아

살다 보면 기대하지 않았던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 그 속에서 주저앉기도 하고 훌훌 털고 일어나기도 하고…. 모든 것은 우리가 선택하는 결정에 달려있다. 집수리에 경험이 많은 지인이 도와주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자 그를 의지했던 나는 길을 잃어버린 느낌도 받았다.

모든 것들을 스스로 헤쳐나가야만 했다. 사람을 쉽게 믿고 의지하는 나에게 밀려온 당혹감을 떨쳐내는 시간도 필요했다.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었겠지….’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평소 집에서도 못질이나 전구를 바꿔 끼우는 등의 잡일들을 해본 나의 뚝심을 믿어보기로 했다.

동시에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고 논문 쓰는 것밖에 모르던 남편을 의지할 수밖에 없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인력도 떠올랐다. 미숙한 아기의 생애 첫 걸음마처럼 집 개조의 문을 미지의 세계에 들어가듯 조심스럽게 열어젖혔다.

일이 진행되면서 이런 일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반년 동안 입에 달고 살았다. 이런 분야에 전혀 관련이 없이 살아온 우리에게는 그만큼 녹록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보수작업에 들어갈 때 집에서 가장 중요한 곳을 차지하고 있는 욕실과 부엌을 먼저 시작했다. 적어도 각기 다른 세 군데에서 견적을 받아 가격을 비롯한 기타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해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 고용하고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하고 일을 진행해나갔다.

 

03_인내심과 인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 소중한 시간

손기술만 있으면 생존에 지장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경제적으로 편안한 생활을 누리며 살고 있는, 블루칼라 사람들을 많이 접했다. 학력에 관계없이 그 누구나 성실하게 일하면서 살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는 호주의 사회적 환경을 실감했다.

이제야 비로소 자기의 관심사와 재능에 따라서 고등학교를 마치기도 전에 현장에 뛰어들어 테크닉을 배우는 학생들을 확실히 이해하고 격려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에서는 혼자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것들에 부딪힐 때가 있다. 집을 개조하면서 많은 일들을 알았고 또 그들의 도움을 받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보는 페인팅을 멀리서 조언해주고 응원하는 지인도 있었고 알고 있는 많은 정보들을 공유하고 도와주려는 친구 같은 낯선 이들을 수도 없이 많이 만났다.

남편이 이제 스스럼 없이 망치를 들고 못질도 잘 한다. 페인팅 할 자원봉사라도 나가야겠다고 본인 기술에 확신에 차 있는 그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자신과의 한계를 극복한 우리의 이번 경험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었고 배움의 연속인 나날이었다. 우리의 일상과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를 접할 수 있게 해준 기회에 감사했다. 인내심과 인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 집수리… 앞으로 잊지 못할 또 다른 추억의 소중한 한 페이지였다.

 

글 / 송정아 (글벗세움 회원·Bathurst High 수학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