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왜 하세요?

낚시를 하는 이유? 당연히,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시간 자체가 이미 충분한 힐링이고 행복이긴 하지만 이왕이면 물고기를 잡고 싶은 건 너나 할 것 없이 당연한 마음일 터입니다. 솔직히, 아무리 낚시 자체가 좋다고는 하지만 빈 통으로 올 때와 뭔가를 담아서 올 때의 차이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낚시는 연어낚시입니다. 남태평양 한가운데(?)를 향해 힘껏 낚싯대를 던져놓고는 드넓은 바다와 드높은 하늘을 마주하는 시간은 그야말로 최고입니다. 그러다가 비치에 꽂아둔 낚싯대가 미친(?)듯이 춤을 추고 65센티미터를 넘나드는 녀석들과 한바탕 힘겨루기를 하고 나면 그야말로 행복지수가 하늘을 찌르게 됩니다.

뭐든 그렇긴 하지만 물고기도 갈수록 그 숫자가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우스갯소리 대로, 사람들이 하도 잡아대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십 수년 전에는 모스만 클립튼가든에서 갈 때마다 팔뚝만한 고등어를 서른 마리 이상 담아왔고 몇 년 전만 해도 아쿠나베이에서는 갈치풍년(?)을, 투클리에서는 연어풍작(?)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물고기를 많이 잡으려면 바위 위에서 파도와 싸우는, 조금은 터프한(?) 곳으로 가야 하는데 우리는 늘 그렇지 않은 곳으로만 다니니 상대적으로 물고기 잡을 확률이 낮아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가 한동안 갈치낚시를 즐겨 했던 아쿠나베이는 그야말로 놀이터처럼 안전한 곳입니다. 최고 168센티미터짜리를 비롯, 갈 때마다 갈치 여러 마리를 담아오던 그곳에서 갈치가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갔던 4월의 어느 날… 코로나19의 공포(?)속에서도 수십, 어쩌면 100명도 넘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걸 보고는 그대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갑오징어를 잡기 위해 찾는 마로브라도 딱 아쿠나베이처럼 생겼습니다. 물론, 그곳에서도 조금 높은 바위로 가면 잡을 확률이 좀더 높겠지만 우리는 늘 그곳만 고집합니다. 그 자리에서 2년 전 7Kg이 넘는 괴물(?) 갑오징어를 열 마리쯤 잡아 올렸는데 지난해엔 이런저런 여행이 잦아서 못 갔고 코로나19로 발이 묶인 올해엔 몇 차례 그곳을 찾았지만 수확이 없었습니다.

3월 31일, 아내가 잡은 갑오징어를 찌질한 제가 뜰채를 잘못 대는 바람에 낚싯대까지 부러뜨리며 놓친 이후로는 꽝의 연속입니다. 사실, 갑오징어 낚시는 파도, 너울, 바람, 물때, 날씨… 조건이 아주 까다롭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한 달에 두세 번 주어지는 기회에서 계속 득점을 못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도 고마운 것은 두 달 전쯤… 그날도 여지없이 헛발질을 계속하다가 막 낚싯대를 접으려는 순간 잇달아 달려든 문어 세 마리 덕분에 막판에 기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낚시의 추억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세 달 전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저만한 크기의 괴물(?)장어 한 마리와 사투를 벌이다가 앞쪽까지 끌고 오는데 까지는 성공했지만 아내가 뜰채에 넣으려는 순간 녀석이 크게 몸부림을 치며 커다란 돌 아래를 파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숨어버린 장어는 미동도 하지 않았고 녀석을 끄집어내기 위해 몇 번의 시도를 해봤지만 소용이 없어 낚싯줄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아내의 생각은 달랐고 그때부터 녀석과의 본격적인 밀당(?)이 시작됐습니다. 휘영청 밝은 달 아래, 아내는 낚싯줄에 조금씩의 움직임과 변화를 주며 녀석과의 싸움을 계속했습니다. 그렇게 40여분의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괴물장어가 후다닥 튀어나왔습니다.

제가 잽싸게 낚싯줄을 잡아채고 아내가 번개처럼 녀석에게 뜰채를 들이대 생포에 성공했습니다. 어찌나 힘겨루기를 심하게 했던지 우리 앞에 끌어올려진 장어는 축 처져 있었습니다. 꽁꽁 숨었던 녀석은 뜰채 손잡이로 집요하게 돌 틈 여러 곳을 지속적으로 쑤셔대는 아내의 공격을 피하다 피하다 지쳐서 두 손 두 발 다 들고 나왔던 겁니다. 대단한 의지, 엄청난 승부욕입니다. 평소에는 조용하다가도 결정적 순간에는 유감없이 발휘되는 아내의 승부사 기질이 일궈낸 값진 승리이기도 했고 우리가 낚시할 때 늘 버리는 ‘욕심’과 ‘미련’ 대신 ‘끈기’가 가져다 준 기분 좋은 선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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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