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잡으세요” vs. “즐기다 가세요”

“나는 저녁 일곱 시만 되면 무조건 자야 했던 사람인데 내가 이 시간까지 낚싯대를 붙들고 앉아있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어.” 우리 산행팀 최고참 멤버인 그분이 가끔 웃으며 하는 이야기입니다. 70대 중반의 그분은 이전에도 낚시는 별로 해보지도 않았고 관심도 없었는데 순전히 코로나19 덕분에(?) 낚시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아무 데도 못 가고 집에서만 답답한 생활을 계속하던 중 우리 일행에 섞여 장어낚시를 시작한 겁니다. 처음 한동안은 한 마리도 못 잡고 꽝을 치다가 여기저기에서 한두 마리씩 얻어(?)가곤 했는데 그분은 “그냥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아 바람을 쐴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낚시실력에 탄력이 붙은 건지 어복이 터진 건지 큼직한 장어 몇 마리씩을 거뜬히 잡아 올리고 있습니다. 많이 잡은 날은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여유까지 즐기고 있습니다. 모르긴 해도 그분은 뒤늦게 장어와 사랑(?)에 빠져 일주일에도 몇 번씩 낚시를 가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낚시를 즐기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까지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건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많이 잡으세요.” 낚시터에서 흔히 주고 받는 이야기입니다. “즐기다 가세요.” 몇 년 전, 한동안 갈치낚시 때문에 자주 찾던 아쿠나베이에서 우리 옆에서 낚시를 하던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신사 한 분이 자리를 뜨며 우리에게 건넨 인사입니다. ‘많이 잡아라’가 아니라 ‘즐기다 가라’는 그 분의 인사는 특별하게 기억됐고 우리도 그날 이후로는 그분의 인사를 빌려서(?) 쓰고 있습니다. “즐기다 가세요!”

그 짧은 한 마디에 낚시를 하는 기본자세가 다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꼭 잡아야겠다는 욕심에 위험한 곳을 찾고, 더 잡고 싶다는 미련 때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되는 겁니다. 좋은 자리, 이른바 포인트를 놓고 고성을 지르고 멱살잡이를 하는 것도 다 욕심과 미련 때문입니다. 그 두 가지를 내려놓으면 낚시는 세상 어느 취미활동보다도 행복한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아내와 제가 찾는 낚시터는 전문 꾼들에게는 정말 시시한(?) 곳들입니다. 아쿠나베이도 그렇고 연어낚시를 하는 투클리도, 장어낚시를 하는 윈저도 다 그렇습니다. 오징어낚시를 하는 마로브라도 잘 잡히는 곳은 몇 미터 높이의 조심스런 바위인데 우리는 꼭 아쿠나베이처럼 생긴 평평한 곳에서만 놉니다.

몇 달 전에는 고등어를 비롯해 각종 물고기가 쏟아져 나온다는 소문에 ‘절대 바위낚시는 안 한다’는 철칙을 깨고 지인부부를 따라 울릉공 근처 포트 켐블라에 갔었습니다. 하지만 그 지점이 다른 데보다는 안전하다고 했음에도 우리가 보기에는 결코 아니었기에 곧바로 낚싯대를 접고 돌아섰습니다.

“불쑥 메일을 보내는 게 실례가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제 입장에서는 사장님을 오래 오래 전부터 사장님 칼럼을 통해 비대면으로 거의 매주 뵙고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옵고… 지난주에는 슬픈 소식이 이어졌습니다. 제 지인의 젊은 조카가 그리고 또 다른 지인이 다니는 한인성당의 60대 교우 두 분이 모두 바다낚시를 하다 변을 당하셨다고 하는군요. 사장님께서는 낚시에 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셨습니다. 그만큼 낚시에 대해 조예가 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부디 바다낚시의 위험한 면을 코리아타운의 기사로 만드셔서 이런 슬픈 일이 다시는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경종을 울려주셨으면 합니다.” 며칠 전, 애쉬필드에 사시는 코리아타운 애독자 이상욱님이 주신 메일입니다.

매년 빠짐없이 들려오는 낚시사고 소식… 저 또한 10년 전 낚시로 인해 가족처럼 소중한 사람을 잃은 아픔이 있습니다. 우리가 가는 곳은 모두 안전한 곳이긴 하지만 늘 조심과 긴장을 합니다. 사고란 찰나에 벌어지는 것이고 누구도 그로부터 100퍼센트 안전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해마다 5, 6월에는 비도 많이 오고 바람도 세고 파도도 높습니다. 특히 비가 온 뒤의 바위는 생각보다도 훨씬 많이 미끄럽습니다. 위험한 장소와 상황은 절대 피하시고 ‘낚시는 많이 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즐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는 점을 항상 기억하시고 조심 또 조심 해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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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