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의 게임

지난주에 우리 집 뻔뻔한 손님 ‘둘기’ 이야기를 했더니 많은 분들이 예쁘다 혹은 신기하다며 녀석의 안부를 물어주셨습니다. 둘기는 지금도 아주 잘 먹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 마치 사람처럼 하루 세 끼를 꼬박꼬박 챙겨먹는 것도 대단하지만 배가 고프면 지가 먼저 우리를 따라다니며 밥 달라는 표현을 하는 것도 참 재미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녀석이 우리 집에 눌러앉은 다음 날 8kg짜리 모이를 사다 놨습니다. 한때는 우리가 ‘하얀 앵무새’라 부르는 코카투 (Cockatoo) 2, 30 마리가 우리 집 뒷마당에 날아들어 과자를 받아먹곤 했고, 다른 새들을 괴롭히는 게 일상이라 ‘양아치’라는 별명을 붙여준 노이지 마이너 (Noisy Minor)들이 밥 도둑질을 하곤 했는데 요즘은 놈들의 방해 없이 둘기 혼자 오롯이 그 행복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녀석의 잠자리도 다양해졌습니다. 뒷마당 신발장 위 혹은 파골라 안 가스히터 꼭대기에서 자던 둘기는 날씨가 추워진 탓인지 아니면 예쁜 걸 아는 건지 아내가 만들어놓은 빨간색 선반 양쪽 위에 또 다른 영역을 구축했습니다.

더 웃기는 건 이 녀석이 가끔 외박을 하고 들어온다는 사실입니다. 밤새 둥지를 비웠던 녀석은 어디서 자고 오는지 아침이 되면 푸드득 나타나 밥 재촉을 합니다. 둘기가 혹 심각한 바람둥이는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녀석의 사진을 본 한 지인은 “너무 예쁘네요. 나중에 새끼 낳으면 저한테도 한 마리 나눠주세요”라며 애정을 표현했습니다. 녀석이 암놈인지 수놈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그런 일이 생긴다면 여러 사람들과 기쁨을 나눠야겠습니다. 물론, 녀석이 금은보화가 가득한 박씨를 물고 온다면 더 큰 행복 나눔을 할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며칠 전, 아내와 함께 한국식품점엘 갔습니다. 평소처럼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요즘은 한국식품점은 물론, 울워스, 콜스, 알디 등도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이른 아침, 알디에서 물건을 사기 위해 우리 회사 앞까지 길게 줄을 서있는 사람들을 보면 기분이 참 묘해집니다.

불안한 마음에 계속되는 사재기는 멈출 생각을 안하고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한 호주정부의 셧다운 정책이 점점 그 강도를 더해가면서 그에 따른 사람들의 고통도 심화돼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이 두려운 시간이 언제 끝날지 한 치 앞을 모르는 공포 때문에 사람들의 사재기는 계속되는 것 같습니다.

‘다들 사놓는데 우리도 조금은 쟁여놔야 하는 거 아니야?’ 이런 마음이 아주 안 드는 건 아니지만 의연함(?)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찌질한 우리는 사재기는 고사하고 한국식품점에서 일상에 필요한 물건을 사면서도 ‘저 사람도 사재기하러 왔나?’ 하는 눈길을 받을까 봐 신경이 쓰입니다.

얼마 전, 페이스북 친구에게서 받은 엘레나 포오터의 <파레아나의 편지> 내용이 작은 위안을 줬습니다. 파레아나가 어렸을 때, 또래의 소녀들이 대부분 그랬듯이 파레아나도 인형이 너무너무 가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인형도 큰 부담이었던 가난한 목사 아빠는 마침 교회로 오는 구호물품들이 있어 혹시 인형이 있으면 보내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하지만 기대에 차 상자를 열어본 파레아나는 크게 실망했습니다. 인형대신 지팡이가 들어있었던 겁니다. “인형이 없어 지팡이를 보냅니다. 혹 필요할지 몰라서요”라는 편지와 함께…. 큰 실망으로 울고 있는 파레아나에게 아빠가 이야기했습니다. “파레아나야! 우리, 이 지팡이를 감사하고 기뻐하자꾸나!”

도대체 지팡이를 보고 왜 감사하고 기뻐하라는 거였을까요? 지팡이가 필요 없으니 기쁜 것 즉, 지팡이를 짚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건강한 몸인 것을 기뻐하자는 아빠의 이야기에 파레아나의 ‘기쁨의 게임’이 시작됐고 그때부터 파레아나는 무슨 일에서든지 기쁨을 찾으며 행복한 나날들을 보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요즘같이 힘들고 흉흉한 세상, 우리 모두가 기쁨의 게임, 파레아나즘의 주인공이 돼야겠습니다. 최악의 상황 중에서도 기쁨은 반드시 있다는 확신을 갖고 그 기쁨을 발견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 그 안에서 분명히 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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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