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퀸

“가수야, 가수.” 어쩌면 웬만한 가수보다 나을 듯도 싶습니다. 가창력이나 무대매너나 그들에게서는 어느 하나 아마추어 냄새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긴 꿈과 끼를 잠재우고 있던 전국의 내로라하는 주부들 중에서 바늘구멍을 통과한 80명 만이 본선에 진출했다니 그럴 만도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런 류의 프로그램을 좋아합니다. 노래는 언제 들어도 즐겁고 재미 있습니다. ‘복면가왕’이 호주에 이어 독일과 프랑스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몇 년째 같은 패턴으로 이어져오고 있는 그 프로그램에서 슬슬 싫증(?)을 느끼고 있던 차였습니다.

그러던 중 얼마 전 시작된 종합편성채널 MBN의 ‘당신이 바로 보이스 퀸 (Voice Queen)’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신선한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겁니다. 어지간한 가수 뺨치는(?) 실력을 지닌 도전자들이 단 세 개의 보이스 퀸 왕관을 놓고 불꽃 튀는 경연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야말로 점입가경입니다.

이곳 시간으로 목요일 밤 11시 50분에 시작되는 이 프로그램에 넋을 놓고 있다 보면 어느새 새벽 두 시 반이 되곤 합니다. 매번 “이거 다 보고 자면 너무 늦는데…” 하면서도 도저히 중간에 TV를 끌 수 없도록 만드는 매력이 그 안에 숨어 있는 겁니다.

저는 좀 별난 성격이라서 이명박정부 시절 태어난 종합편성채널들에 대해 그리 호감을 갖고 있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한동안 손석희 앵커가 이끄는 jtbc 뉴스룸에 무한애정을 쏟았고 폭발적인 시청률을 보인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 그리고 채널A의 ‘도시어부’에 눈길을 주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TV조선이 ‘미스트롯’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인기몰이를 하더니 이번에 MBN에서 ‘보이스 퀸’으로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겁니다. 좀 미안한 말이지만, 태생이야 어떻든 잘 만들어진 ‘좋은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게 코리아타운도 다른 신문이나 잡지에서는 볼 수 없는 컨텐츠들을 많이 담아내기 위해 매주 노력하고 있지만 그 간극을 더 크게 벌려나가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더 많은 전문인력과 돈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어떨 때는 ‘나한테 이런저런 것들에 얽매이지 않고 질 좋은 매체 만드는 데에만 몰입할 수 있는 여력이 있으면 좋겠다’ 혹은 ‘그런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내 가까이에 있으면 좋겠다’는 허황된 꿈도 꿔보곤 합니다.

물론, 지금도 코리아타운에는 여타의 매체들에 비해 ‘코리아타운에서만 볼 수 있는 내용’들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읽을거리도 가장 많고 광고도 가장 잘 만든다’는 평가에도 변함이 없고 그러한 탓에 ‘코리아타운 구하기 힘들다’는 감사하고 죄송한 불평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잘 만들어서 ‘따라올 테면 따라와봐!’ 하고 외치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은 겁니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같은 부류로 싸잡혀 억울한 평가를 받게 돼 속이 많이 상하는 경우도 생기게 됩니다.

구글이나 유튜브 등 ‘온라인 괴물’들 때문에 오프라인 매체가 실시간 뉴스 혹은 플랫한 뉴스로 어필하기에는 이미 역부족인 상태입니다. 그래서 코리아타운이 오래 전부터 택한 게 ‘깊이’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뉴스들은 괴물들에게 주고 우리는 좀더 깊이 있는 내용 그리고 괴물들이 건드릴 수 없는 분야를 제공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매주 다람쥐 쳇바퀴 도는 식의 생활을 거듭하다 보니 어느새 2019년 마지막 코리아타운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모두들 힘들어 하는 상황에서 매주 최선을 다해왔지만 올해에도 변함 없이 아니, 더 심한 광고료덤핑 반칙과 역주행이 계속되는 악조건 속에서 평균 95점으로 전교 1등을 하던 시절과 그보다 훨씬 못한 점수로 그 자리를 지키는 건 너무너무 달라 속이 많이 상합니다.

제대로 된 전문성과 실력 그리고 사명감을 지닌 사람들과 공정하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 있는 상황이 참 많이 아쉽습니다. 잘 만들 자신 없으면 아예 손을 떼고, 더 잘 만들 자신 없으면 아무리 헐값에라도 사들이지 않는 그런 풍토는 결코 기대할 수 없는 저만의 헛된 꿈인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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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