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는 법

도자기를 빚어내는 장인의 정신으로 인내하며 나의 인생을 살아가면…

지난 주말 남편 출장을 따라 캔버라 여행을 했다. 수영을 하면서 여행의 피로를 푸는데 익숙해져 있는 우리에게 숙소를 정하는 우선순위는 수영장이다. 마침 숙소에 연결된 헬스장, 수영장, 사우나 시설이 있어서 망설이지 않고 예약했다.

 

01_사우나실에 들어오는 중장년 남자들이 임산부 배를…

이 수영장은 일반인에게도 개방되어 있어서 캔버라에 사는 많은 시민들이 애용하고 있었다. 수영 후 피로를 풀려고 사우나실에 들어갔다. 잠깐 앉아 있는 사이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곳에 들어오는 대부분의 중장년 남자들이 한결같이 임산부 배를 하고 있었다. 임신 말기쯤 되는 크기의 배들을 하고 사우나실을 들어오고 나가는데 앉아 있는 난 눈을 어디에 둘지 몰라 안절부절을 못했다.

평소에 우리와 가깝게 지내는 지인도 배가 많이 나온 사람이라 이런 사람들에게는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한 장소에서 본 적은 처음이라 충격적이었다.

중독의 원인을 외로움이라 보는 박진영 작가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라는 책에서 외로움으로 인해 어떤 이들은 음식과 도박에 탐닉한다고 언급했다.

‘나는 외롭다’라는 그들의 무언의 절규가 사우나실을 맴도는 것 같았다. 수영장 바로 옆에 작은 스파가 있어서 우울함이 가득 찬 답답한 사우나실을 뛰쳐나와 스파에 몸을 담갔다.

 

02_낯선 곳에서 한국인을 만날 때는 부인할 수 없는 끌림이

마침 수영장에서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강습 중이었다. 호주인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한 동양 할머니가 눈에 띄었다.

마치 미래의 내 모습이 저럴 수 있을까 하는 상상을 하면서 어르신들의 수중 운동을 감상했다. 할머니는 아주 씩씩하고 용감해 보였다. ‘틀림없는 중국 할머니일 거야….’

운동이 끝나고 마침 스파에 앉아 있는데 내 옆으로 그 할머니가 다가와서 앉는다.“혹시 한국인이세요?” 하고 말을 걸었더니 환한 미소로 반가워하셨다.

낯선 곳에서 한국인을 만날 때 서로에 대한 교감을 느끼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부인할 수 없는 끌림이 항상 있다. “50여년이 넘는 세월을 같이 한 남편과 몇 년 전 사별했는데 아직도 조금 힘들어요” 하고 나직이 말씀하신다.

익숙하고 정들었던 소박한 둥지를 떠나 내 인생을 살겠다고 낯선 타국으로 온 젊은 시절의 내 모습이 스쳐갔다. 그 순간에서부터 외로움은 나를 치열하게 붙들고 따라다녔는지도 모르겠다.

 

03_나 자신을 잘 알고 받아들이는 마음자세부터 시작돼야

이것은 항상 내 안 깊숙한 어디엔가 있었고 무작정 스멀스멀 기어 나와 나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기도 했다. 젊은 날의 매뉴얼이 없는 인생에서 여러 경험들을 좌충우돌 겪어왔다. 이젠 외로움과 익숙해질 법도 하건만 여전히 답이 없다.

때론 감추고 때론 외면하고 돌아서기를 반복하면서 달래고 있을 뿐. 어딘가에 있을 나의 반쪽을 만나면 외로움이 사라질 줄 알았다. 하지만 이것은 이제 고향을 그리워하는 그리움의 모습으로 변해 끊임없이 나를 따라 다닌다.

최근 나와 꼭 닮은 인생을 막 시작해 가려는 한 젊은 친구를 보면서 동병상련을 느꼈다. 내가 그녀에게 해 줄 수 있는 조언이 한계가 있다는 것을 난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마음이 아파왔다.

앞으로 펼쳐질 그녀의 남은 인생, 그 이야기는 덜 외롭기를… 다가올 어려움들이 있다면 현명하게 잘 극복해나가기를….

어떤 상황에서든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 최고의 관건인 것 같다. 우선 나 자신을 잘 알고 받아들이는 마음자세부터 시작되어야 하겠지. 매일 살아가면서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어려울까?

 

04_매일 쓰는 감사의 일기로 외로움을 이겨 보는 것도…

아름다운 도자기를 빚어내는 장인의 정신으로 정성스럽게 인내하며 나의 인생을 살아가자. 내게 다가오는 모든 경험들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나이가 들수록 영혼이 아름다울 수 있는 사람이 되자.

매일 쓰는 감사의 일기로 외로움을 이겨 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터이다. 작은 것에도 행복해 할 수 있는 습관에 길들여지자.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면 외로움도 점점 더 희미해져 갈지 모른다.

봄이 되니 어김없이 뒷마당에 있는 배나무, 감나무, 자두나무에 새순이 돋고 예쁜 꽃들이 피기 시작한다. 비가 오지 않아 척박하고 가물지만 이 땅에서 잘도 자랐다고 칭찬해주며 정성스레 물을 준다.

자연의 이치에 그렇게 감동하면서 가을의 소박한 수확을 그려본다. 봄이 알차게 영글어 간다. 앞마당에서 피어나는 노랑, 빨강 장미꽃들은 또 나에게 어떤 기적의 향연을 펼쳐 줄까….

 

글 / 송정아 (글벗세움 회원·Bathurst High 수학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