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해삼이가 달라졌어요

“어? 얜 누구야?” 퇴근 후 집에 들어서는데 못 보던 강아지 한 마리가 저를 향해 꼬리를 흔들며 서있습니다. 그 옆에서는 우리 집 몰티즈 ‘민영이’가 그 특유의 순둥이 눈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이던 아들녀석이 학교수업을 받고 있는데 느닷없이 요크셔테리어 한 마리가 교실 안으로 들어왔답니다. 그리고 넉살 좋은 이 녀석은 계속 아들녀석 옆에 붙어있다가 결국 우리 집까지 오게 된 겁니다.

잃어버린 건지, 버려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털도 깎고 목욕도 시켜놨더니 녀석은 똘망똘망 예쁜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제가 “넌, 이름이 뭐니?”라고 물었던 게 계기(?)가 돼서 녀석의 이름은 ‘머니’로 지어졌습니다.

강아지들은 특유의 발랄함과 붙임성 때문에 사람을 기쁘게 해주는 특기가 있습니다. 그날부터 우리 식구들은 강아지 두 마리 틈에서 정신 없는 나날들을 보냈습니다. 가끔 선배(?) 민영이의 질투가 눈에 보이긴 했지만….

반면, 고양이라는 녀석들은 새침하기가 혹은 까칠하기가 세상에서 으뜸입니다. 강아지들이 폴짝폴짝 뛰며 반가움을 방출하는데 비해 이 녀석들은 ‘쌩 까는데’ 도가 튼 것 같습니다. 우리 집 고양이 ‘해삼이’도 그런 면에서는 ‘영락없는 고양이’입니다.

녀석이 우리 식구가 된 건 13년 전의 일입니다. 한 지인이 자기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가 새끼를 여러 마리 낳았는데 한 마리 데려다 키워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해왔고, 아내나 저나 고양이는 별로라고 생각했지만 딸아이의 적극적인 지지(?)로 녀석을 데려오게 됐습니다.

태어난 지 2주도 채 안된 녀석은 뛰기는커녕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제 주먹보다도 작은 몸집의 녀석은 옷 속으로 제 가슴을 파고들어 쌔근쌔근 잠을 자곤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녀석의 ‘배신’이 시작됐습니다. 녀석은 고양이라면 기겁을 하던 아내를 끈질긴 집착(?) 끝에 기어코 ‘고양이 마니아’로 만들어놨습니다. 아내의 뒤를 24시간 졸졸 따라다녔고 유독 설거지하는 아내의 어깨에 뛰어올라 앉아 있는 걸 좋아했습니다.

거실에서도 아내의 무릎에 앉아 있는 걸 즐겼고 저나 아이들한테는 제대로 눈길도 주지 않으면서 데면데면 지냈습니다. 나쁜 놈, 배신자…. “아, 좀 내려놔. 무겁지도 않아?” 저의 볼멘소리(?)에 아내의 무릎에서 여유를 즐기던 녀석이 물끄러미 저를 쳐다봅니다.

“아, 짜증나. 저 놈 때문에 온 사방이 털이야. 짜식이 왜 변기에서 모래를 달고 나온대?” 고양이는 강아지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깔끔합니다. 변을 아무 데나 보는 일이 없을뿐더러 꼭 정해진 자신의 변기에서 해결한 후 뒤처리 또한 완벽합니다.

녀석에게서 털이 빠지는 거나 어쩌다 발에 붙어 딸려 나오는 변기 속 모래는 그야말로 어쩔 수 없는 거지만, 지독한 편애를 계속하는 녀석이 얄미워(?) 가끔씩 툴툴댔던 겁니다.

그런데 한 달쯤 전부터… 녀석이 이상해졌습니다. 녀석이 툭하면 제 무릎 위에 올라앉아 내려갈 생각을 안 하는 겁니다. 게다가 저를 향해 그윽한 눈빛을 보내며 눈도 깜빡여주고 고양이 특유의 ‘가르릉’ 소리도 내줍니다.

13년 넘게 딱 한번, 3년전 2주 동안 한국에 다녀왔을 때 제 무릎에 스스로 올라와 ‘10분의 기적’을 선사한 이후로는 처음입니다. 참 별일입니다. 그러다 보니 녀석을 향한 저의 눈빛도 사랑스러워지고 스킨십도 많아지고 녀석이 좋아하는 과자며 간식도 자주 건네집니다.

아내의 껌딱지였던 녀석이 요즘 들어서는 오히려 저한테 안겨 있는 시간이 더 긴 듯싶습니다. 신기하고 고마운 일입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참 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을 새삼스레 갖게 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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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