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모습, 제사장의 모습, 선지자의 모습, 신의 속성 지닌 그리스도…

가장 발전한 문명사회에서도 책은 최고의 기쁨을 준다. 독서같이 값싸게 주어지는 영속적인 쾌락은 또 없다. 독서의 기쁨을 아는 자는 재난에 맞설 방편을 얻은 것이다! 어쩌면 진부하게 들리는 ‘독서예찬론’에 대입할 영구불변의 대상 서적은 두말할 것도 없이 ‘성경’이다.

  

01_방법을 찾아서

그렇다면 우리는 당연히 성경을 ‘쉽고, 재미있고, 영감 있게’ 읽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가운데 하나는 성경 저자들이 성경을 기록할 때 가졌던 그 순간의 영감, 느낌, 흥분, 열정, 감격을 최대한 재현 (re-act)하려고 몸부림치며 읽는 것이다.

이를 위한 가장 중요한 구동력 (driving force)은 성경 저자들이 ‘인간 예수를 그리스도  (Christ)/메시아)로 재발견하는 그 순간을 재현하는 것이다. 그 순간은 감격과 흥분의 순간인 동시에 회개와 통한의 울분의 순간이다.

사복음서를 읽을 때 이런 점에 더 유념해야 한다. 특히 세복음서 저자들인, 마태, 마가, 요한은 인간 (son of man) 예수와 몇 년 동안 함께 동고동락하며 지낸 제자들이었다. 인간 예수와 소위 ‘끈적끈적한 사나이들의 우정’을 나눴던 아주 특별한 사이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너무나 평범한 인간 예수를 그리스도로 알아보지도 인식하지도 못했다는 사실이다.

 

02_참회와 눈물의 신앙고백서

그렇다면 언제 이들이 인간 예수를 그리스도로 확실하게 알아보았을까? 예수께서 죽음에서 부활하신 후 그들 앞에 나타났을 순간은 아니다. 그땐 기절해서 정신을 제대로 못차린 상태라 어렴풋이 감만 잡았을 것이다(요 20:20). 도마가 예수의 손과 옆구리에 손가락을 넣고 확인한 순간도 아니다. 그 순간은 ‘진짜인가?’ 라는 반응을 보였을 뿐이다(요 20:27).

그들이 인간 예수가 그리스도임을 제대로 인식한 순간은 예수께서 승천하신 후 약속의 선물로 주신 ‘성령’을 충만히 경험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성령께서 하시는 일이 인간 예수께서 가르치고 말씀하신 모든 것을 기억나게 하시고 깨닫게 하시기 때문이다(요14.26). 바울 선생은 말한다. “성령님의 도우심이 아니면 어느 누구도 ‘인간 예수’를 ‘주’(the Lord)로, 더 나아가 그리스도(메시아)로 인식할 수 없다”(고전 12:3)고!.

사복음서를 어떤 느낌으로 읽고 있는가? 이 복음서들이 저자 자신들의 참회와 눈물과 회개가 담겨있는 그들 개개인의 신앙고백서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그들은 지난날 동고동락하며 지냈던 스승 예수를 그리스도로 인식하지 못했음을 뼈저리게 회개하고 있다. 여전히 마음 한쪽 구석에선 다른 메시아를 기다리고 있었던 자신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통탄했다.

구약에 나타난 메시아 예언에 대한 무지, 같은 실수에 대한 거듭된 반복을 통회하며, 주먹으로 가슴을 치고, 눈물 콧물을 쏟아내며 복음서를 기록한다.

 

03_인간 예수전

자신들의 무지와 실수를 거울삼아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돕기 위해 그들만의 관점과 경험으로 <인간 예수전>을 쓰고 있다. 평범한 인간으로 이 땅에 오셔서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사셨던 ‘나사렛 출신의 시골뜨기’ 그 예수가 바로 모든 이스라엘 민족이 고대하며 기다리던 ‘참 그리스도’임을 제대로 알리고 싶었다.

사복음서에 선별되어 기록된 모든 사건들은 한 인간이었던 예수가 바로 그 그리스도임을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합리적으로 독자들이 인식하는데 도움 주고 있다. 왕의 모습 (kingship), 제사장의 모습 (priesthood), 선지자의 모습 (prophetic figure)을 가진 그리스도, 신의 속성 (divine attributes)을 지닌 그리스도를 잘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기록된 사건들은 예수께서 철저히 인간 (thorough humanity)이심과 동시에 하나님의 속성 (divnine attribute)을 가진 그리스도이심을 보여주고 있다.

사복음서 안에 ‘그리스도’란 단어가 얼마나 자주, 그리고 많이 사용되고 있으리라 생각하는가? 엄청 많다고? 음… 글쎄다. 분명한 것은 독자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적게 사용되고 있다!

신약 전체에서 그리스도는 529회 나온다. 물론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 가운데 하나이다. 그 중 4 복음서에는 54회 나오는데 전체 분량의 약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정말로 적은 숫자이다. 구체적으로, 마태복음에 16회, 마가복음에 7회, 누가복음에 19회, 그리고 요한 복음서 12회 등장한다. 신약에서 차지하는 이 단어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그 숫자가 극히 미미하다.

 

글 / 권오영 (철학박사· 알파크루시스대학교 한국학부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