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시드니 문예 창작교실

바쁘게 보낸 10일간의 창작교실 수업이었다. 차분히 교재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하고 이제야 본다. 시 교재는 천재가 아니면 시 쓰기 어렵다는 통념을 깼다. 용기 내어 처음 시 한편 써 보았다. 처음 써본 시는 설명 없이는 이해가 어렵다는 평가에 도리어 용기가 났다. 수필교재에 소개된 최근 신인상을 수상한 우수 작품들을 읽고 소설 교재에 소개된 6편의 단편도 모두 읽었다. 그리고 각 소설의 창작배경을 읽으니 고개가 끄덕여 진다. 마지막으로 여섯 작가들이 함께 쓴 <이 책을 내는 까닭>을 읽으며 깜짝 놀랐다. 아니, 어떻게 내 마음을 이렇게 꼭 집어낼 수가 있을까…….

 

‘그냥 편하게는 이 책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수강생들에게 나름대로 유익한 길잡이가 되었으면 싶다. 작가들 못지않은 세속체험을 하고 있는 수강생들도 창작의 길을 가다보면 적어도 이 정도의 작품을 써내는 작가가 될 것이 아니겠는가.’

‘이런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적어도 이보다는 더 뛰어난 소설을 쓸 수 있어!’

 

지난 해 10월말, <시드니 문예 창작 교실> 주관을 위해 시드니에서 활동하는 김오 시인을 비롯하여 윤희경 시인, 유금란 수필가 그리고 나를 포함 4명이 숲속의 카페 한자리에 모였다. 시드니에서 고국의 강사를 초빙하는 창작교실을 실시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논의했다. 물론 재정이 제일 큰 문제였으나 일단 추진했다. 각자 함께 이 일을 추진할 문인들을 찾기로 하고 나도 가까운 문인들을 만나보았다. 반응은 고국의 교수들을 초청하여 창작교실을 운영해야 한다는 쪽과, 시드니 문인 중에서 강사를 선발해서 스스로 창작교실을 운영해야 한다는 쪽으로 분명하게 갈리었다. 양쪽 모두 타당한 논리이므로 누가 맞고 그르다는 성격이 아닌 개인 선택의 문제가 되었다.

 

문학 단체와의 협의는 어려웠고, 개인적으로 만나 의견을 나누는 가운데 8명의 문인들이 모여 2019 문예 창작 교실 후원회를 결성했다. 두 분의 문예창작학과 교수(시와 수필소설)를 선정했다. 수강료를 받아서 강사 항공료를 포한한 모든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했다. 수입 지출 결산 후 남는 금액이 생긴다면 다음 창작교실 준비금으로 이월하고 만약, 모자라는 금액이 발생하면 8명이 똑같이 공동 부담하는 조건으로 2019 창작교실은 예정대로 이루어졌다. 한호일보에서 광고와 강의실을 무료로 제공 하였다. 이번 창작교실은 한호일보와 시드니 문예창작교실 후원회 공동 주관으로 모양새를 갖추었다.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인 강사 숙소는 시인 한분이 자신의 주택을 강의기간 통째로 제공하였다. 그리고 본인은 다른 곳으로 피난 갔다.

 

광고가 나가니 여러 곳에서 문의전화가 왔다. 생각보다 관심이 많은 것 같았다. 개강 일에 두 교수님이 서울에서 날아왔고, 수강생들이 모여 들었다. 수강생 32명이 등록했다. 하루 4시간씩 10일간 진행되는 창작교실의 강의는 첫날부터 진지했고 분위기는 활기가 넘쳤다. 수강생중 반 정도는 안면이 있는 문인들 이었다. 30대의 총각 수강생부터 80세의 어른 수강생까지 이다. 작년 유엔에서 발표한 인간의 생애주기에 의하면 0~17세는 미성년자, 18~65세 청년, 66~79세 중년, 80~99세 노년, 100세 이후는 장수노인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창작교실은 청년과 중년이 주류이다.

 

강의 마지막 날인 토요일, 오전 강의로 <2019 시드니 문예 창작 교실>을 마감하고 가까운 퍼트니 팍 으로 소풍 나갔다. 모두 어린 학생이 되어, 먹고 마시며 떠들며 햇볕을 쪼이다 갑자기 소나기도 만났다. 쏟아지는 소나기를 피해 허둥지둥 대피하다가 비가 멈추고 해가 다시 나타나 평온을 되찾았다. 내년에 다시 만나기로, 합동 카톡을 통해 계속 연락하기로 하고 모든 일정을 마무리 했다.

 

‘이들 작가들 못지않은 세속 체험을 하고 있는 수강생들도 창작의 길을 가다보면 적어도 이 정도의 작품을 써내는 작가가 될 것이 아니겠는가’

‘이런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적어도 이보다 더 뛰어난 시를, 소설을, 수필을 쓸 수 있어!’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으로 내 마음은 요동쳤다.

 

장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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