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ther’s Day ‘두 엄마를 즐겁게!’ 사명(?) 얹은 시드니근교 단풍여행

2주전 가졌던 ‘Lost City찍고 Glow Worm Tunnel까지!’ 여행에 이어 또 한 번의 여행기회가 주어졌다.

한창 물이 오른 시드니근교 ‘단풍여행’이 주제였는데 마침 그날 (5월 13일)이 Mother’s Day여서 ‘두 엄마들을 즐겁게 해주는’이라는 부제도(?) 붙었다. 이번의 예쁜 여행도 김용규 라우렌시오, 김혜진 베로니카 부부가 함께 했다.

 

01_올 들어 가장 추운 날씨 예고됐지만… 강풍도 비도 없었다

전에는 적잖이 당황을(?) 했었다. 어쩌다 일요일에 여행이나 낚시 일정이 잡히면 전날 토요일 저녁미사를 보든지 아니면 주일 저녁미사에 들어가든지 해야 했다. 어떤 경우든 여유롭지는 않았는데 2주전 주일 아침 일곱 시 미사에 참례를 하고 나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오늘도 우리는 오전 여섯 시부터 부지런을 떨었다. 이것저것 빠짐없이 챙겨 넣고 일곱 시 미사에 들어갔다. 마음이 평온해지고 평화로워진다. 미사를 마치고 성당 식당으로 가는 길에 아는 사람들을 꽤 여럿 만났다. 모두모두 부지런한 사람들이다.

오늘은 베로니카 자매가 밤을 삶아왔다. 스노위마운틴에서 공수해온 거라는데 참 맛있다. 미소수프를 곁들여 한 통 가득한 찐밤을 넷이서 모조리 먹어 치웠다. 그래도 살짝 부족한 듯싶어 빵을 몇 개 사서 챙겼다.

오전 8시 40분, 두 대의 차가 힘찬 시동을 걸었다. 원래는 함께 여행할 일행이 더 있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빠지고 오늘도 우리 두 부부만 여행길에 올랐다. 오늘은 각각 자기 차로 움직이기로 했다. 여행지로 가는 과정 자체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그렇게 우리 두 부부는 각기 둘만의 달콤함과 행복을 만끽하며 여행을 시작했다.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씨가 예고된 가운데 시속 90Km까지 격화되는 강풍과 최고 8mm의 비가 예보된 상태여서 은근히 걱정을 했지만 우리는 정말 운이 좋은 것 같다. 여행하는 내내 춥지도 않았을 뿐더러 강풍도 비도 없었고 맑고 드높은 가을 하늘만 계속됐다. 오히려 여행을 마치고 집에 와보니 비도 많이 내렸었고 강풍으로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뒷마당 여기저기에 널려 있었다.

 

02_우리를 반겨준 무지개 그리고 사탕보물창고 The Lolly Bug

새롭게 확장된 M4를 기분 좋게 달리는데 왼쪽 차창으로 커다란 무지개가 선명하게 우리를 반겨준다. 센스 있는 아내가 얼른 모발폰에 그 예쁨을 담았다. 한 시간쯤을 달리자 ‘세 자매 봉 가는 길’ 안내판이 들어왔고 곳곳에 울긋불긋 단풍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10분쯤을 더 가니 블랙히스 (Blackheath)가 나온다. 아, 저기에 갖가지 골동품(?) 숍들이 모인 재미있는 곳이 하나 있었다. 이름이… Victory Theatre Antique Centre & Cafe였다.

전에 왔을 때는 시간이 없어 수박 겉핥기 식으로만 보고 갔는데 찬찬히 보면 재미 있을 것 같다. 19/21 Govetts Leap Rd. Blackheath NSW, 전화는 02 4787 6002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오픈 한다. 보다 상세한 사항은 www.victorytheatre.com.au를 참고하면 된다. 다음엔 여기도 한번 샅샅이 훑고 향 짙은 커피도 한잔 여유롭게 마셔야겠다.

오전 10시 15분, 한 시간을 넘게 달렸으니 잠시 휴식을 취할 때가 됐다. The Lolly Bug… 사탕이며 젤리며 특히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것들이 가득한 곳이다. 다양한 선물용품, 기념품, 장식용품들도 가득하다. 시드니산사랑 멤버들과 블루마운틴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커피를 마셨던 기억이 난다.

베로니카 자매가 젤리 두 봉지를 사서 우리에게 한 봉지를 건네준다. 2297 Great Western Hwy. Little Hartley NSW, 주 7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오픈 하는데 안작데이 (4월 25일) 하루만 문을 닫는다. 이곳에 관한 내용은 www.thelollybug.com.au를 참조하면 되고 궁금한 사항은 02 6355 2162로 문의하면 된다.

 

03_Hassans Walls Lookout에서 내려다본 예쁜 마을은…

오전 10시 32분, 비포장 도로가 시작된다. 하지만 로스트 시티나 그로우 웜 터널 가는 길의 그것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점잖고(?) 길이도 짧다. 4분 정도를 더 가자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인 핫산즈 월즈 룩아웃 (Hassans Walls Lookout)이 나왔다. 이스트우드에서 이곳까지는 대략 1시간 55분이 소요된다. 내비게이션에는 Hassans Walls Rd. Hassans Walls NSW를 입력해야 하는데 마지막 비포장도로 구간에서는 이정표를 잘 살펴야 한다.

카툼바 (Katoomba)보다 지대가 훨씬 높은 이곳에는 철제 데크와 난간이 잘 만들어져 있다. 일반인들은 물론, 장애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한 듯싶다. 우리는 그 옆으로 난 작은 오솔길을 따라 전망대 끝까지 내려갔다. 아슬아슬한 기암괴석의 절벽이 눈 앞으로 펼쳐진다. 저 앞으로는 최근에 새 단장을 마친 Great Western Hwy가 멋지게 펼쳐져 있고 자동차들이 성냥갑만한 모습으로 달리고 있다.

어디서든 그렇지만 호주는 자기 안전은 자기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듯싶다. 낭떠러지 가장 앞쪽 바위까지 조심스레 나갔다가 돌아오다 보니 바닥에 누군가를 추모하는 작은 동판 두 개가 나란히 붙어 있다. 아마도 이곳에 올라갔다가 사고를 당한 모양이다. 조심해야 할 일이다.

저 아래로 집과 농장들이 드문드문 그러나 제법 많이 들어서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는데 이제는 제법 작은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일출이나 일몰 시점에는 능선이 아름다운 동네라고 하는데 이곳에서 별을 보면 금방이라도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릴 것만 같다. 지은 지가 얼마 안됐는지 짙은 회색 기와에 파란색 벽이 선명한 집이 예쁘게 다가온다.

 

04_도깨비도로 그리고 연기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빨간 기와집

신비로운 바위들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여러 장 남겼다. 아내는 ‘너무 끝 쪽으로 가지 말라’며 시종일관 내 옷자락을 붙들고는 놓지 않는다. 귀여운 겁보… 사랑스럽다. 돌아 나오는 길에 보니 뜨거운 태양이나 비를 피할 수 있는 작은 정자도(?) 하나 마련돼 있다. 저기에서 라면을 끓여먹으면 참 맛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전 11시 20분, 우리 차는 라이엘 호수 (Lake Lyell)에 도착했다. 댐이라고 하기엔 너무 귀여운(?) 라이엘 댐 (Lyell Dam)이 있는데 수심이 최대 38미터에 달해 무지개송어, 브라운송어, 농어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문득 낚싯대 생각이 난다. 날씨도 생각보다 안 춥고 하늘도 높디 높다. 낚시, 수상스키, 제트스키, 카누, 수영, 캠핑 등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이곳의 주소는 LOT 1 Magpie Hollow Rd. South Bowenfels NSW이다.

다시 차에 시동이 걸렸고 그림 같은 풍경들이 계속되던 중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멋진 길이 나타났다. 얼핏 보면 제주도에서 만났던 도깨비도로 같은 느낌을 준다. 아내가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최대한 속도를 늦췄다. 길 양 옆으로 갈대를 닮은 잡풀들이(?) 또 다른 예쁨을 선사한다.

우리 차가 다시 멈춘 곳은 단풍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 중 하나인 바서스트 (Bathurst)… 하지만 단풍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단풍철이 지난 게 아니라 지독한 가뭄 때문에 단풍이 채 들기도 전에 말라버린 것 같다는 설명이다.

한 달에 한 번, 셋째 주 일요일 오전 11시 30분에 미사가 있음을 알리는 작고 아담한 성공회교회 건물이 깊은 인상을 준다. 그 옆 빨간 기와집에서는 불을 때고 있는지 굴뚝 위로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르고 있다. 장작 타는 냄새가 더 없이 정겹다.

 

05_길 양 옆으로 노랗게 물든 단풍잎이 장관을 이루고…

한창 금광 붐이 일던 시절, 7000명 이상이 살아서 돈이 흘러 넘치고 교회나 학교, 은행은 물론, 유흥업과 매춘업까지 성황을 이뤘던, 한때는 시드니 시티보다 그 규모가 더 컸다는 이곳은 지금은 100명 정도가 사는 작은 마을이 됐다.

우리 눈 앞으로는 농장들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그곳을 누비는 소떼와 양떼의 모습이 참 평화롭고 호주스럽다. 멀리서 보기에는 시커먼 바위처럼 보이던 덩치 큰 소들이 가끔씩 눈앞에서 벌떡 일어나 찌질한 우리 부부를 놀래킨다. 군데군데 로드 킬을 당한 캥거루, 왈라비들의 모습이 적지 않다.

오전 11시 48분, 우리는 타라나 호텔 (Tarana Hotel: 295 Main St. Tarana NSW) 앞에 도착했다. 아주 작고 조용한 마을… 1873년에 지어진 호텔이라지만 어지간한 하우스 두 개를 어어 놓은 정도의 아담한 크기였는데 마침 Mother’s Day이고 점심때여서인지 가족 단위의 사람들로 붐빈다.

호텔 아래 쪽으로 타라나 역 (Tarana Railway Station)이 보인다. 1872년에 만들어진 이 역에는 지금도 열차가 다니고 있다는데 다음 역이 바서스트 (Bathurst)이고 더보 (Dubbo)까지 이어진다. 한국의 조그만 시골 간이역을 연상시키는 146살짜리 귀여운(?) 역의 모습이 정겹게 다가온다.

오후 12시 17분, 다시 우리 차가 멈춰 섰다. 길 양 옆으로 노랗게 물든 단풍잎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리스고 (Lithgow)와 오베론 (Oberon)을 알리는 표지판이 우리를 반겨준다. 영화 같은 그림에 앵글 잡는 감각이 탁월한 베로니카 자매 덕분에 우리는 이곳에서 좋은 사진을 꽤 여러 장 건질 수 있었다.

 

06_이렇게 외진 곳에 뭐 대단한 곳이 있겠는가 싶었지만…

다시 30분쯤을 달려 오후 한 시, 드디어 메이필드 가든 (Mayfield Garden)에 도착했다. 이렇게 외진 곳에 뭐 대단한 곳이 있겠는가 싶었지만 대형주차장에는 100대 가까이 되는 차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1984년 양 농장으로 시작한 이곳은 단순한 레스토랑이 아니라 농원과 가든까지 겸하고 있었는데 그 규모가 무려 2025헥타르 (2025만 스퀘어미터)에 달하고 있었다.

그 중 가든이 64헥타르 (64만 스퀘어미터)이고 16헥타르 (16만 스퀘어미터)를 일반에 개방하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가족 단위의 나들이는 물론, 결혼식이나 크고 작은 행사들이 자주 펼쳐지고 있다. 카페와 농원은 무료입장이지만 가든은 돈을 내야 들어갈 수 있다. 각종 시설과 꽃과 나무들이 어우러져 있는 이곳은 봄에 오면 제격일 것 같다. 입장료는 어른 20불, 컨세션 18불, 어린이 10불, 패밀리 55불로 조금 비싼 편이다. 1년 패스를 끊으면 65불이라지만 이 먼 곳까지 1년에 몇 번이나 올지는….

크리스마스와 복싱데이만 빼고 363일 오픈 하는 이곳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손님을 맞는다. 내비게이션에 찍을 주소는 530 Mayfield Rd. Oberon NSW이다. 보기보다 손님이 많아 예약은 필수이다. 물론, 특별한 날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전날 예약을 했음에도 오후 두 시에나 부킹이 가능했다. 보다 상세한 내용은 www.mayfieldgarden.com.au를 참조하면 되고 문의는 02 6336 3131 또는 info@mayfieldgarden.com.au로 하면 된다.

시간도 많이 남았고 산책도 할 겸 카페 주변과 농원을 구경하기로 했다. 저만치에서 한가롭게 노닐던 공작 두 마리가 어쩐 일인지 아내를 보더니 버선발로(?) 달려와 반긴다. “거봐! 내가 뭐랬어. 나는 하늘이 내린 딸이라니까!”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왔다.

 

07_어머니 날… 두 엄마에게 김밥과 컵라면 대신 호사를?!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농원 구석구석을 돌아봤다. 참 예쁘게 잘 가꿔놨다. 아내와 베로니카 자매는 옛날 여고시절로 돌아간 듯 즐거움에 흠뻑 빠져 있다. 다섯 살 아래인 아내를 친동생처럼 예뻐 해주는 베로니카 자매가 고맙다. “여자들은 나이가 들어도 마찬가지예요. 오늘 이 ‘흰머리 소녀’도 오랜만에 옛날 기분 좀 내보네요.” 베로니카 자매의 이야기에 우리는 박장대소를 했다.

한 시 반이 넘으니 슬슬 배가 고파온다. 아직 30분은 더 기다려야 우리 차례가 온다. 어? 그런데… 저 만치에서 모닥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아무도 없길래 쪼르르 달려가 자리를 잡았다. 불기운이 싫지 않은 걸 보면 가을은 가을인 것 같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라우렌시오 형제의 제안에 따라 와인 한 병을 땄다. 모닥불 앞에서의 와인 한 잔… 그 행복의 크기와 색깔을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네 가지 다 먹고 싶어요!”라고 농담처럼 던졌던 내 이야기가 현실이 됐다. 양고기, 소고기, 돼지고기, 송어 스테이크를 하나씩 시켜서 넷이 나누니 네 가지 모두를 골고루 먹을 수 있었다. 거기에 시원한 맥주까지 곁들이니 그야말로 금상첨화이다. 이 집 음식… 맛 있다. Mother’s Day를 맞은 두 엄마에게 김밥과 컵라면 대신 호사를(?) 누리게 해줄 수 있어 기쁘다.

오후 3시 20분, 그곳을 나와 우리가 향한 곳은 마지막 목적지인 오베론 댐 (Oberon Dam)이다. 내비게이션에 찍을 주소는 Jenolan St. Oberon NSW이다.  15분 남짓 만에 도착한 오베론 댐은 길이가 378미터로 앞서의 라이엘 댐보다는 규모가 컸지만 한국에서 보던 그것들과 비하면 여전히 어림도 없다.

 

08_다음에는 저곳에서 1박2일을 지내며 송어낚시도 한번…

“저녁때면 저 언덕 위로 캥거루들이 새카맣게 몰려와요. 어? 지금도 저기 많이 있네요”라는 베로니카 자매의 얘기에 열심히 올려다봤지만 내 눈에는 안 보인다. 그런데 한참 눈을 씻고 찾아보니 나뭇가지처럼 보이던 검은 물체들이 죄다 캥거루였다.

한 놈 두 놈 어슬렁거리는 모습도 보이고 껑충껑충 뛰는 녀석까지… 수십 마리에 달한다. 이곳도 가물어서인지 물이 많이 낮아져 있다. 저 밑에서 한 남자가 루어낚시를 하고 있다. 이곳에서도 브라운송어와 무지개송어 붉은 지느러미 농어가 많이 잡힌다고 한다. 또 낚싯대 생각이 난다.

한참 동안 추억 만들기를 마친 우리 네 사람은 오후 4시 10분, 시드니로 방향을 잡았다. 돌아 나오는 길, Big Trout Motor Inn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다음에는 저곳에서 1박2일을 지내며 송어낚시도 한번 해야겠다.

굽이굽이 돌아드는 길, 양 옆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여전히 그림이다. 로드 킬을 당한 동물들이 군데군데 보인다. 한적하고 외진 길이라서 더한 듯싶다. 서로서로 조심해야 하는데…. 햇볕이 들었다 어두워졌다 마술을 부리는 것 같다. 차 안에서는 김세환의 솜사탕 같은 목소리에 이어 저녁노을 속 교회종소리 같은 존 덴버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무한 행복이다. 고마움이다. 그리고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