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까 말까

아직 저승은 아닌 것 같고

머리맡은 온통 임종을 기다리는 눈빛

 

당장 눈을 뜬다 해도

곧추세울 리 만무한 생

 

죽을 힘을 다해 쳐다본 세상은

고층 빌딩 벽의 대형 OLED가 아니라

병실 천장에 매달린 소형 tv

 

턱시도를 입은 화면 속 작은 사내가

관을 마주한 채 양손을 허공에 받쳐들고 있다

죽은 듯 꼼짝 않던 여자의 몸이

사내의 손을 향해 관을 빠져 나온다

허공에 누운 여자

 

도대체 저 사내

죽음을 상대로 무슨 주술을 외웠기에

저 많은 감시 속에서,

그렇지 않고서야 여자가 벌떡 일어설 리 없다

사라진 자유의 여신상*보다 더 놀라운

생과의 마술

 

목울대가 차오른다

내 새끼 네 새끼들 직계 방계, 사돈의 팔촌, 사장 과장 대리 경비원까지

아무리 불러도

눈을 부릅떠도

왜 저것들은 섣불리 곡을 해대는지

점점 커진다

 

수리수리마수리

입관부터 해야 한다

 

* 데이비드 커퍼필드의 마술.

 

 

김인옥 (시인·문학동인 캥거루 회원·2017년 문학나무 추천작품상 시 당선)

 

Previous article알파크루시스대·한국선교신학회 국제학술대회 성료
Next article‘~ないで/~ないでください(~하지 말아주세요/Don’t do it please)’공부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