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은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지만 곧 그런 시간 다가올 것, 비전을 마음 속에…

어느 날, 어느 이민 목회자와 깊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는 아프리카 출신이었다. 그는 많은 목회 사역의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고 그것을 나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의 말을 모두 들은 후 나는 그에게 말했다. “당신은 가까운 미래에 호주 기독교 공동체에 지도자가 될 것입니다.”

 

01_“나의 피부를 보십시오” 

그 때 그는 대답했다, “권 교수님, 나의 피부를 보십시오.”

“왜 무엇 때문이죠?”

“보십시오, 나는 흑인입니다. 당신은 흑인이 호주에서 어떻게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지금 당장은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지만 곧 그런 시간이 다가옵니다. 실망하지 말고 그 비전을 마음 속에 간직하십시오. 하나님께서는 당신을 사용하여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백성을 위해 호주 땅에서 모세와 같은 지도자로 사용하실 겁니다. ”

호주사회는 겉모습이 점점 더 다문화사회로 변해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 한인공동체가 다른 문화의 사람들과 더욱 적극적인 상호문화교류 (intercultural interaction)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호주 다문화 사회의 역동적인 삶에 아무런 것도 기여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어떤 기회와 공간도 제공받지 못할 것이다.

이제 교회, 기독교 단체 및 학교는 본질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교회는 소외된 사람들, 이민자들, 사회 취약 계층 사람들을 환영하고 환대하는 안식처 (asylum) 역할을 해야 한다.

상호 문화적 교류의 공동체로서 교회는 ‘무지개 – 형형색색 – 성도들이 모이는 곳’이어야 한다. 검은 피부, 갈색 피부, 흰 피부, 노란 피부 등 형형색색의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교회 리더십에 초청되어야 한다.

 

02_상호문화교류

무엇보다 성서에는 다문화를 배경으로 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구약 성서는 다문화적 상황을 다양하게 묘사한다. 창세기만 보더라도 갈대아 우르 출신인 아브라함이 가나안으로 거처를 옮겨 이주민으로 살았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약속의 땅을 지시하셨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후손들은 약 400년 동안이나 이방 땅에서 객으로 살았다. 어디 이뿐이랴. 구약에는 다말, 라합, 룻과 같은 많은 이방 여인이 등장하며 하나님께서 그들을 통해 일하시는 이야기가 나온다.

신약 성서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수님은 기꺼이 사마리아 여인에게 다가가 복음을 전하셨고 인종을 초월한 진정한 이웃에 관한 교훈을 제자들에게 들려주셨다. 초대교회는 거대한 다문화 공동체였고 이 공동체를 통해 복음이 이방에 전파됐다.

이렇듯 성경은 다문화를 지지한다. 그리고 그것이 전해주는 세세한 메시지에 의해 우리는 다문화 역량에 관해 도전 받는다. 문화는 눈에 보이는 것뿐 아니라 역사, 종교, 가치관, 사회구조, 언어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요소들을 내포한다.

다문화 역량은 서로간에 지닌 이러한 요소들이 다름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이러한 인식 없이 자신의 문화적 관점에서만 교육에 접근한다면 실패한 교육이 될 수 밖에 없다. 결국 학습자와 어떤 소통도 일어날 수 없고, 공감대마저 형성될 수 없다.

 

03_다문화적 사람, 다문화 역량

다문화 감수성 발달 모델 (DMIS)을 고안한 베네트 (Bennett)는 ‘다문화적 사람 (Intercultural Person)’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다문화 역량을 갖춘 사람은 모든 사람들과 기본적인 화합을 이루고자 하는 지적이고 감정적인 책무를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간에 존재하는 차이점들을 받아들이고 감지한다.”

오늘의 디아스포라 한인사회에서 다문화 역량 증진을 위해 이곳 한인 신학교와 교회는 이러한 문화 역량을 갖춘 리더를 우선 양육해야 할 것이다. 성서가 지지하는 다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와 기독교 세계관을 갖춘 훌륭한 기독교 리더가 많이 양성될 때 디아스포라 한인사회는 다문화사회인 이곳 호주사회를 견인해 나갈 새로운 사명과 역할이 부여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한 단계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다문화 사회, 다문화 교회, 다문화 기독교공동체가 ‘상호 문화적 (intercultural)’ 교류가 이루어지도록 장려해야 한다.

‘상호 문화적’ 교류란 한 문화의 사람이 다른 문화의 사람과 서로 다른 문화적 전통과 습관들을 함께 공유하고 더불어 사는 것을 의미한다. 다문화 교회는 성도들이 상호 문화적 교류에 적극적으로 참여 하도록 교육과 훈련을 시켜야 한다. 교회는 문화인식, 문화교류, 문화참여 및 문화 탐험 등의 프로그램과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교회는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나 우리의 언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해서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거나 저평가 받는 사람들을 환영하고 돌보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실천해야 한다.

성도들간 ‘상호 문화적’ 교류 활동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렇게 하므로 교회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상호 문화적 교류’의 모델이 될 수 있다.

교회는 사람들이 문화적 차이점과 언어 장벽을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좋은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또한 교회는 다양성 안에서 조화와 연합을 격려하고 고무시키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글 / 권오영 (철학박사· 알파크루스대학교 교수·Dean of Korean Language Programs)

Previous article10퍼센트 계약금
Next article카우치에 대한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