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거짓말 말구~”

어디서 그런 깜찍한 말을 배워오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루하루 말이 늘어가는 녀석을 보고 있노라면 너무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 아내와 저는 어쩔 줄을 몰라 합니다. 이제 49개월이 돼가는 에이든은 차일드케어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혹은 인터넷 세상을 통해서 새로운 말들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요즘, 녀석이 밀고(?)있는 유행어(?)는 “에이, 거짓말 말구~”입니다. 하지만 녀석은 그 말을 정확한 상황에 맞게 쓴다기보다는 일종의 후렴구(?)처럼 시도 때도 없이 던지며 즐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일요일, Mother’s Day를 맞아 녀석이 엄마, 아빠, 동생과 함께 우리 집을 찾았습니다. 동생이랑 할머니랑 뒷마당 잔디에서 신나게 뛰놀다가 점심시간이 돼 할머니 손을 잡고 데크로 올라오던 중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에이든, 할머니가 뽐이보다 우리 에이든 더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라는 할머니의 뜬금없는(?) 사랑 고백에 녀석이 “에이, 거짓말 말구~”로 응수한 겁니다. 다분히 장난끼가 가득했던 녀석의 한 마디에 우리 모두는 박장대소를 했습니다. 영문을 모르는 에밀리도 덩달아 박수를 치며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첫 정… 요즘 들어 에밀리가 특유의 눈웃음과 귀염을 폭발시키며 부지런히 쫓아오고 있기는 하지만 아내는 여전히 에이든에 대한 사랑을 으뜸으로 칩니다. 물론,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두 녀석에 대한 사랑 크기의 차이는 미미할 수밖에 없겠지만 말입니다.

반면, 저는… 솔직히 고백하자면… 요즘 들어 에밀리 쪽으로 살짝 기울어진 것 같습니다. 지 오빠보다 훨씬 중독성이 강한 눈웃음에 격렬하게 달려들어 침을 흠뻑 묻혀놓는 뽀뽀 그리고 “네!”라는 짧지만 귀여움이 넘쳐나는 한 마디….

아직은 ‘엄마’를 비롯한 몇 가지 말밖에는 못하는 17개월짜리 녀석이지만 자신의 의사표시는 매우 확실하고 분명합니다. 지가 원하지 않는 것에는 살랑살랑 고개를 가로젓고 지 뜻에 맞으면 함박웃음을 지으며 격하게(?) 고개를 끄떡입니다. 그러다가 지 엄마가 “뽐이, 네! 해야지” 하면 고개를 까딱하며 “네!” 하는 모습이 너무너무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그런데 녀석이 하는 “네!”는 ‘그냥 네’가 아니고 ‘굉장히 힘이 있는 네’입니다. 자세히 들어보면 녀석의 ‘네’는 “은~ 네!” 하고 들립니다. 그렇다 보니 말 속에서 힘이 느껴지는 겁니다.

첫 정이 됐든 내리 사랑이 됐든 녀석들에 대한 우리의 사랑은 가히 무한대일 수밖에 없지만 여자아이 특유의 애교가 저한테는 또 다른 경험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반복되는 고백이지만, 우리 아이들이 예쁘게 자라나고 있을 때는 저의 찌질함과 무심함이 넘쳐나 그 기쁨을 제대로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에이든, 에밀리 두 녀석을 통해 뒤늦게나마 그 즐거움을 챙길 수 있어 늘 고맙고 행복합니다.

이제 내년부터는 에밀리도 데이케어에서 친구들과 어울려야 할 것이고 조금 더 지나면 두 녀석 모두 학교에 다니며 영어가 한국어보다 자연스러워지는 순간을 맞게 될 겁니다. 그 작고 앙증맞은 입에서 나오는 새로운 말들은 영어가 됐든 한국어가 됐든 신기하고 소중하고 사랑스러울 테지만 녀석들이 우리 말과 친숙할 수 있도록 한글학교 또한 빠트려서는 안 될 겁니다.

이번 주말, 우리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벤트를 앞두고 있습니다. 결혼기념일을 맞은 딸아이 부부가 모처럼 아이들 챙김 없이 편안한 데이트를 즐길 수 있도록 에이든과 에밀리가 1박 2일로 우리 집에서 지내기로 한 겁니다. 이제 그 이틀 동안 우리는 또 어떤 드라마를 연출할지 벌써부터 설레고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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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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