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without Limbs’ 만들어 4 대륙 12개국 다니며 ‘동기부여 강사’로 적극적 활동

1982년 브리즈번의 한 목사님 아들로 출생한 닉은 태어날 때부터 팔 다리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머리와 몸통만 있는데 왼쪽 엉덩이 밑에 닭다리처럼 조그마한 발 하나가 달려있을 뿐입니다. 그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는 충격을 받은 나머지 병실 밖으로 뛰쳐나가 구토를 했고 넋이 나간 그의 어머니는 생후 4개월이 돼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그를 안아줄 수 있었습니다.

 

01_부정할 수 없는 절망

그의 장애는 어떤 의학적 설명도 없이 찾아왔습니다. 이름도 희귀한 해표지증 (海豹肢症)이라는 병이었습니다.

닉과 부모는 이토록 힘든 일이 왜 그들에게 일어났는지 되뇌며 기나긴 세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간호사인 어머니는 임신 중에 모든 것을 완벽하게 태아에게 해주었습니다. 목사인 아버지는 ‘건강한 아이’의 출산을 위하여 날마다 기도했지만 도무지 부정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의 부모님은 그가 독립적으로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아버지는 닉이 18개월 됐을 때 그를 물속에 집어넣고 수영을 배우는 용기를 키워주었고 축구와 스케이트보드도 배우게 했습니다.

여섯 살 때는 발가락으로 컴퓨터 자판 치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어머니는 닉이 펜과 연필을 잡을 수 있게 특수 플라스틱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벽에 고정된 칫솔로 이를 닦았고 머리는 펌프작동 비누로 감을 수 있었습니다.

부모님과 닉의 피나는 노력 끝에 조그맣게 달린 그 발 하나로 그는 몸의 균형도 잡고 공을 차고 컴퓨터 자판을 치고 펜을 집어 글씨를 쓰며 발가락 사이를 이용해 물건들을 집어 듭니다.

물론 그에겐 불가능한 것도 수없이 많습니다. 부모님은 그가 놀림을 당할 게 뻔한데도 일반 학교에 보내 비장애인들과 어울리게 했고 ‘특별한 아들’을 절대 부끄러워하지 않았습니다.

 

02_장애는 누구의 죄도 아니다

1990년 여덟 살 때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자기 몸이 남과 다른 줄 몰랐다는 닉은 학교에 가니 친구들이 놀렸고 다시 주변을 보니 형 누나, 가족 모두 팔다리가 있는 것을 보고 비로소 자신이 다르다는 걸 알았답니다.

닉은 여덟 살 무렵 너무나 깊은 절망에 빠져, 울면서 엄마에게 달려들어 죽고 싶다고 했습니다. 열 살 때는 실제로 욕조에 물을 받아 놓고 빠져 죽으려 뛰어들었고 그 뒤에도 두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지만 다행히 주변 사람들이 발견하여 목숨을 잃지 않았습니다. 신앙과 가족, 친구들의 도움이었습니다.

닉은 “어느 날 장애를 딛고 사는 사람들에 대한 신문기사를 어머니가 보여주셨죠. 성경에서 시각장애인을 고치신 예수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가 장애를 안고 태어난 것은 누구의 죄도 아니라는 것도 이해하게 됐습니다”라고 고백합니다.

그는 비장애인들과 똑같이 공부해 그리피스대학에서 회계학과 재무학, 부동산학을 복수전공 했습니다. 온갖 시련을 극복하며 역경을 딛고 승리한 세계적 심벌이 된 닉은 지난 1990년 용감함과 인내력을 평가 받아 ‘올해의 호주 젊은이상’을 수상했습니다.

지금은 LA서 ‘사지 없는 삶 (Life without Limbs)’이라는 장애인 비영리 단체를 만들어 4개 대륙 12개국 이상을 다니면서 ‘동기부여 강사’로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장애는 불편이긴 하지만, 불행은 아닙니다. 제 아무리 험악한 우리의 인생길이라 할지라도 길이 약간 미끄럽기는 해도 아주 낭떠러지는 아니듯 말입니다.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절망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고 절망한다는 것은 절대자의 은혜를 갈구하게 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새해가 시작된 지 벌써 한 달, 어떤 시인의  ‘2월’이란 싯구에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때가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벌써 한 달이 지난, 새해에는 “이 세상에 속한 그 어떤 것도 나로 하여금 절망하여 나의 일을 포기하게 만들 수는 없다”고 한 리빙스턴의 말도 기억하며 예기치 못했던 불청객인 ‘절망적인 상황’을 헤쳐봅시다. 닉 부이치치처럼!

 

글 / 송기태 (상담학박사·알파크루스대학교 원격교육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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