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장의 변이

냉장고 안을 들여다보는 냉기

멈칫 거슬러 닿는다

엄마는 낡은 여닫이문 안에

일상을 버무려 두었다

온기는 층층이 앙그러져

손맛이 숨을 고르는 쉼터였다

 

세상의 구식을 갉아먹은 자리에

지구온난화가 기물들을 낳는다

인공지능의 머리 굴리는 소리와 빛의 공포

된장내 나는 토종들은 송그리어 떨고 있다

밀려난 손때 묻은 손잡이 밖

반찬의 온정이 싸늘히 식는다

 

반듯한 낯짝에 툭하면

‘여보, 찌게는 꺼내 데워 먹어’

노랗게 질린 쪽지가 표정을 구긴 채 흔들리고

찬바람에 의연한 장아찌

어머니의 독 사진에서 깊은 맛을 우린다

밀폐된 사랑은 하나씩 용기에 담기고

 

고양이 발톱에 미끄러진 냉장고 문이

강풍을 날린다

 

송운석 (시동인캥거루 회원·한국동서문학 신인작품상/2017년·제18회 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 입상/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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