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시드니 문예 창작교실

바쁘게 보낸 10일간의 창작교실 수업이었다. 차분히 교재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하고 이제야 본다. 시 교재는 천재가 아니면 시 쓰기 어렵다는

나비장

나비들이 장롱비밀을 캐고 있습니다 손톱 밑에 배인 몇 날의 옻칠 나전 뜨다 이지러진 실 눈 숯보다 고운 숯가루 내어 백칠로

집으로 가는 길

저스틴은 캠시에서 알게 된 어린 친구다. 친구라고 부르기엔 낯간지러운, 20살 이상 차이가 나지만 서로가 반말을 한다. 꼬리를 잘라버리는 말투로 대화를

뿌즈옹

꼬리를 휘저으며 녀석이 폴짝 품에 안긴다. 아빠가 키우던 녀석은 어느 날부터 내 차지가 되었다. 오글보글한 흰 털을 가진 푸들 때문에

한 술의 무게

멈추지 않는 걸음들, 떠 다니는 윈야드 스테이션   정오의 햇살이 그림자를 지우면 돔 창 유리에 발을 묶고 붉은 울음을 들이미는

잿빛 하늘

하버 브리지를 건너는데 어느 해 가을의 철탑이 떠오른 건, 잿빛 하늘 때문이었을 것이다. 30여 년 전 이즈음, 나는 인천 용동

여름, 비우다

하늘 시간이 나무 아래 골똘하다   햇살에 따뜻해진 나무뿌리 흙의 눈물을 먹어 뭉클해진 새싹   연한 공기 위에 녹색 지도를

안개 속에서

안개 속이다. 산을 보러 왔는데 한 치 앞도 가늠하기 힘들다. 축축한 공기 사이로 흙 냄새와 나무 냄새가 반긴다. 눈앞에 푸르게

즐거운 약속

기억의 날은 아프다   사일육이 아파 어린이날이 아프고 사일구가 아파 오일팔이 아프다 아프게 태어난 아이가 자라 약하고 힘든 비정규직이 되었으니

시드니 시티 퀸 빅토리아 빌딩 산책길

벽은 사방에 있다. 내 밖에 내 안에 그리고 벽 안에 또 벽들…  나는 무수한 말로 무수한 벽을 또 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