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자씨의 민트 3호

춘자씨의 첫 집. 하나의 거대한 저택처럼 보이지만 실은 열 가구가 다닥다닥 붙은 타운하우스를 보자마자 춘자씨는 단번에 그 곳이 마음에 들었다.

칼집

아내가 시장에서 사 온 둥근 호박에 칼집을 내달라고 한다 작게 칼집만 내주면 혼자 자를 수 있다고 한다 호박은 쉬이 칼을

아웃백 개론

단비다. 얼마나 간절했으면 비에 ‘달다’는 말을 붙였을까. 오랜만에 내리는 비로 겨우내 움츠렸던 생명들이 기지개를 편다. 풀 죽어있던 수국이 당당해지고, 바싹

럭키의 봄

둘둘 싼 포대기 속 번개가 튄다   문이 열리자 쏟아지는 시궁창 냄새 목구멍 깊이 송곳니 날서는 저 문밖 어디를 지나왔는지

녹아버린 하루

눈이 내린다. 정원의 나뭇가지에 하얀 눈이 소복하다. 블루마운틴에서 지인이 보내온 영상에 렌즈 가득 하얀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눈 구경을 한

빈 마음 짜는 일

노랑 파랑 덧신에 심은 꽃, 답들이 달린다   고요 틈으로 파고드는 뜨개바늘 털실뭉치에서 빠져나온 실 한가닥 바른 구멍 삐뚤어진 구멍

무엇이 우리를 갈라놓는가!

타스마니아에서 두 번 놀랐다. 모나박물관 (MONA)의 규모에 놀랐고 중국인들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 몇 년 전 제주도의 외딴 곳에서 중국인 단체

서커스 처음 본 날

갓 돌 지난 아기 간신히 몸 일으켜 허공으로 손을 뻗는다   까르르 까르르 부서지는 웃음, 가루 우르르 쏟아진다   강아지 꼬리치며 달려와도 잡을 수도 탈 수도 없는 미확인 비행물체   방 안을 질러가는 파리 한 마리 작은 손이 따라간다   공수진 (시인·문학동인 캥거루 회원·시집: 배내옷)

감자탕 (콩트)

“꼬라지가 간도 빼 묵것다.” 수아의 뒤꿈치가 자동문을 미처 빠져나가기도 전에 엄마가 내 면전에 쏘아붙였다. “잇다, 마 문디 자슥! 이기나 하나

죽을까 말까

아직 저승은 아닌 것 같고 머리맡은 온통 임종을 기다리는 눈빛   당장 눈을 뜬다 해도 곧추세울 리 만무한 생  

이번 주 온라인 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