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탕 (콩트)

“꼬라지가 간도 빼 묵것다.” 수아의 뒤꿈치가 자동문을 미처 빠져나가기도 전에 엄마가 내 면전에 쏘아붙였다. “잇다, 마 문디 자슥! 이기나 하나

죽을까 말까

아직 저승은 아닌 것 같고 머리맡은 온통 임종을 기다리는 눈빛   당장 눈을 뜬다 해도 곧추세울 리 만무한 생  

생명에 대한 변주곡

1 / 바다 앞에서 우주에 생명이 없다면 소리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소리는 생명인가?  소리는 살아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려주는 신호음인가?

깨졌다

전화벨 소리는 날카로운 브레이크 마찰음에 일그러졌다   주춤거리다 개찰구에서 통화는 시작됐다 플랫폼으로 예정에 없던 기차가 진입하며 소리는 점점 요란해졌다 설전은

2019 시드니 문예 창작교실

바쁘게 보낸 10일간의 창작교실 수업이었다. 차분히 교재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하고 이제야 본다. 시 교재는 천재가 아니면 시 쓰기 어렵다는

나비장

나비들이 장롱비밀을 캐고 있습니다 손톱 밑에 배인 몇 날의 옻칠 나전 뜨다 이지러진 실 눈 숯보다 고운 숯가루 내어 백칠로

집으로 가는 길

저스틴은 캠시에서 알게 된 어린 친구다. 친구라고 부르기엔 낯간지러운, 20살 이상 차이가 나지만 서로가 반말을 한다. 꼬리를 잘라버리는 말투로 대화를

뿌즈옹

꼬리를 휘저으며 녀석이 폴짝 품에 안긴다. 아빠가 키우던 녀석은 어느 날부터 내 차지가 되었다. 오글보글한 흰 털을 가진 푸들 때문에

한 술의 무게

멈추지 않는 걸음들, 떠 다니는 윈야드 스테이션   정오의 햇살이 그림자를 지우면 돔 창 유리에 발을 묶고 붉은 울음을 들이미는

잿빛 하늘

하버 브리지를 건너는데 어느 해 가을의 철탑이 떠오른 건, 잿빛 하늘 때문이었을 것이다. 30여 년 전 이즈음, 나는 인천 용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