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버린 하루

눈이 내린다. 정원의 나뭇가지에 하얀 눈이 소복하다. 블루마운틴에서 지인이 보내온 영상에 렌즈 가득 하얀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눈 구경을 한

빈 마음 짜는 일

노랑 파랑 덧신에 심은 꽃, 답들이 달린다   고요 틈으로 파고드는 뜨개바늘 털실뭉치에서 빠져나온 실 한가닥 바른 구멍 삐뚤어진 구멍

무엇이 우리를 갈라놓는가!

타스마니아에서 두 번 놀랐다. 모나박물관 (MONA)의 규모에 놀랐고 중국인들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 몇 년 전 제주도의 외딴 곳에서 중국인 단체

서커스 처음 본 날

갓 돌 지난 아기 간신히 몸 일으켜 허공으로 손을 뻗는다   까르르 까르르 부서지는 웃음, 가루 우르르 쏟아진다   강아지 꼬리치며 달려와도 잡을 수도 탈 수도 없는 미확인 비행물체   방 안을 질러가는 파리 한 마리 작은 손이 따라간다   공수진 (시인·문학동인 캥거루 회원·시집: 배내옷)

감자탕 (콩트)

“꼬라지가 간도 빼 묵것다.” 수아의 뒤꿈치가 자동문을 미처 빠져나가기도 전에 엄마가 내 면전에 쏘아붙였다. “잇다, 마 문디 자슥! 이기나 하나

죽을까 말까

아직 저승은 아닌 것 같고 머리맡은 온통 임종을 기다리는 눈빛   당장 눈을 뜬다 해도 곧추세울 리 만무한 생  

생명에 대한 변주곡

1 / 바다 앞에서 우주에 생명이 없다면 소리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소리는 생명인가?  소리는 살아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려주는 신호음인가?

깨졌다

전화벨 소리는 날카로운 브레이크 마찰음에 일그러졌다   주춤거리다 개찰구에서 통화는 시작됐다 플랫폼으로 예정에 없던 기차가 진입하며 소리는 점점 요란해졌다 설전은

2019 시드니 문예 창작교실

바쁘게 보낸 10일간의 창작교실 수업이었다. 차분히 교재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하고 이제야 본다. 시 교재는 천재가 아니면 시 쓰기 어렵다는

나비장

나비들이 장롱비밀을 캐고 있습니다 손톱 밑에 배인 몇 날의 옻칠 나전 뜨다 이지러진 실 눈 숯보다 고운 숯가루 내어 백칠로

이번 주 온라인 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