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존슨 살리기

죽는다는 건 대단한 일이 아닐지 모른다. 사는 것이 장난이라고 가정한다면. 나는 존슨씨를 싣고 떠나는 앰블런스를 한 동안 지켜보다 등을 돌렸다.

딱 한 잔의 죽음

딱 한 잔 하려고 전화기를 치켜든다   불러낸 막걸리 한 병 선술집 둥근 양철 탁자를 술잔과 공전한다 어깨를 걸며 어우러지는

세실리아 미혜 하-장

‘82 년생 김지영’ 영화를 보았다. 왜 열광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 나이가 벌써 쉰 고개를 넘은 지 오래지만 고루한 영화는

화석물고기

실러캔스* 낮은 소리로 불리던 이름 헛기침 아래 숨겨진 지천 여자가 무엇이냐고 다그칠 때마다 눈꼬리를 내렸다 허투루 피지 않겠노라고 고집하던 높은

춘자씨의 민트 3호

춘자씨의 첫 집. 하나의 거대한 저택처럼 보이지만 실은 열 가구가 다닥다닥 붙은 타운하우스를 보자마자 춘자씨는 단번에 그 곳이 마음에 들었다.

칼집

아내가 시장에서 사 온 둥근 호박에 칼집을 내달라고 한다 작게 칼집만 내주면 혼자 자를 수 있다고 한다 호박은 쉬이 칼을

아웃백 개론

단비다. 얼마나 간절했으면 비에 ‘달다’는 말을 붙였을까. 오랜만에 내리는 비로 겨우내 움츠렸던 생명들이 기지개를 편다. 풀 죽어있던 수국이 당당해지고, 바싹

럭키의 봄

둘둘 싼 포대기 속 번개가 튄다   문이 열리자 쏟아지는 시궁창 냄새 목구멍 깊이 송곳니 날서는 저 문밖 어디를 지나왔는지

녹아버린 하루

눈이 내린다. 정원의 나뭇가지에 하얀 눈이 소복하다. 블루마운틴에서 지인이 보내온 영상에 렌즈 가득 하얀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눈 구경을 한

빈 마음 짜는 일

노랑 파랑 덧신에 심은 꽃, 답들이 달린다   고요 틈으로 파고드는 뜨개바늘 털실뭉치에서 빠져나온 실 한가닥 바른 구멍 삐뚤어진 구멍

이번 주 온라인 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