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많은 집
밤새도록 목 놓아 운다 굵은 빗줄기로 두들겨 맞는 양철지붕 한 때, 눈부시게 빛나던 나이테 풀며 힘들게 견디는 숨
밤새도록 목 놓아 운다 굵은 빗줄기로 두들겨 맞는 양철지붕 한 때, 눈부시게 빛나던 나이테 풀며 힘들게 견디는 숨
두어 달 전부터 우리 집 우편함 밑에 키 작은 코스모스 몇 개가 피기 시작하더니 현관 앞을 풍성하게 채웠다. 빨강, 연분홍
비 오는 날 거리를 나선다 차가운 빗방울이 온몸을 타고 내려온다 빗물에 흠뻑 젖은 빵을 쪼는 갈매기 허기를 채울수록 몸은
“전쟁 속에서 핀 사랑이야.” “네가 전쟁 속 사랑을 알아?” “영화에서 봤어.” “어떤 영화?” “노트북” “노트북? 치매 걸린 아내가 써놓은 일기
봄이 왔다. 찬란한 봄이 왔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공기에는 연두 빛 새싹들과 오색의 꽃들이 뿜어내는 향기들로 가득하다. 동화 속에 나오는
톡 톡 건드리다 말다 찔러보다 말다 간지러워 앞마당에 배롱나무 꽃 움찔 가만히 앉아있는 긴부리꿀먹이새 붉게 여름 한
많이 아파 이렇게 누어만 있는디 그래도 이렇게 한번씩 느그들 더 보고 싶다야 새벽을 두드리는 암탉 울음소리 마른 채소밭
길게 궤적을 그리며 떨어져 내리는 빗살이 사위를 물들인다 고요한 정적 속에 짙어지는 물내음 뜨거운 물에 녹아 내리는 티백처럼 흐물거리며 온
앞마당 화단에 몇 달째 3미터가 넘는 기다란 목을 늘어뜨리며 장하게 피던 용설란꽃이 다 지고, 마른 대만 남아 매달려 있다. 마지막까지
어울리지 않는 청국장과 포도주라! 홀로 하는 근사한 저녁을… 문을 열고 들어서니 밥 냄새가 참 좋다. 딸아이가 잠깐 들리겠다는 전화를 받고
달이 내려앉는다 제날짜를 찾아 햇수만큼 환하다 손뼉 사이사이 떠오르는 둥근 달 한차례 침묵의 계절풍을 맞는 촛불 따라
그저 ‘멍멍’ 짖는 게 아니라 날 기다리고 그리워했다는 걸 알았더라면… 이 년 전 여동생은 파양된 강아지 한 마리를 입양한 뒤
울타리를 타고 계속 기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출입금지’ 표지판을 본 내 심장이 석고처럼 굳어진다. 경고판에 겁먹어선 안 된다. 아하, 역시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배움의 연속이었던 나날들 아들이 집을 샀다. 호주 집값 상승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집 장만을 포기하고 렌트로 살아가고
–경에게 작은 오두막에서 기억이 자란다 끓는 연탄불에 물솥을 올리고 외출 나갈 작은 오빠 운동화 두 짝을 솥뚜껑 위에 엎어놨다 따뜻해진 발은
새 생명을 틔우는 과정은 자연의 조건뿐만이 아닌가 보다 9월의 햇살이 따뜻하다. 대지는 서둘러 씨앗을 틔웠고 바람은 꽃들을 다투어 피워낸다. 튜울립
아내가 자살했다. 스스로 손목을 그었다. 시신에서 흘러나온 혈액 바다에 그 동안 복용해 오던 ‘침팩스’ 캡슐들 그리고 보드카가 병째로 뒹굴고 있었다.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힘없고 앙상한 어머니의 손을 뿌리치지 못했다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 기르실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 진학 형에게 하늘은 울 일이 없어 이 땅에 울다 가는 거다 다 울고 오라는 세상 얼굴 내밀며 울지 않으면 엉덩이를 맞는 거야 울러 왔다는 거 잊지 말라고 그래서 피카소도 열심히 그린 우는 여인 나는 소리 내어 울고 있는 신발을 본 적이 있지 하늘에 줄 하나 걸어놓고 세상을 내려다보며 떠나는 맨발을 올려다보며 울고 있는 가지런하고 어여쁜 구두를 보았지 울지 않으면 미치고 만다고 우는 아이들이 모여 평화스러운 골목 팀 스프리트 바람이 한참이던 양평의 들판 선아였던가 2월의 외딴 집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일 수도 있는데… 수업을 마치고 친구랑 재잘거리며 대학 캠퍼스를 걸어 나오는데 저 멀리서
넌 나한테 죽은 사람이야. 넌 죽었어. 난 차갑게 미소 짓는다. 라이플엔 내 심장보다 뜨거운 블릿이 곧 장착될 것이다. 팔을 뻗어